나는 내가 그렇게 대단하지 않은 사람이란 것을 알면서도, 간혹 “그래도 난 대단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가져보곤 한다. 현실로 돌아올 때 마다 느끼곤 하는 좌절감과 굴욕감에 익숙해 질 정도로 자주. (하지만 절대 그것이 가져오는 고통의 강도는 변하지 않는다. 아니, 매번 더 강해진다)
내가 너무 먼 곳을 보고 있기 때문인가? 아님 너무 빠른건가? 그것도 아니면 애시당초 길 (혹은 방법) 을 잘못 선택한 것인가?
남들도 나와 같은, 아니면 나보다 더한 고통을 갖고, 또한 그것을 딛고 일어섰기에 그 나름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고통을 남에게 전가하는 듯한 “응석부림”이라는 것이 얼마나 추잡한 짓인지 잘 안다.
그래도 가끔은, 누군가에게 응석 부리고 위로받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 때가 있다.
어제 (혹은 오늘) WWDC ‘08 에서 발표된 3G iPhone에 대해 다들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실 나도 무진장 기대되고 말이다. (근데 왜 하필이면 “11일” 이냐)
근데 딱 한마디 하고 싶은게 있다면, iPhone이 한국에서 발표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나라 시장이 우물 안 개구리에 그친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 시장이 해외의 무선 시장에 비해 훨씬 경직되어 있고 이통 사업자들이 횡포를 부리는 시장은 맞지만, 시장 자체가 완전히 뒤쳐진 시장이라고 생각할 순 없다는 거다.
시대가 변해서 이제 음성 통화보다는 패킷 데이터가 훨씬 돈이 된다는 것을 ARPU 분석 등을 통해 이통사도 뻔히 알고 있다.그에 발맞추어 차츰 차츰 모바일 오피스 솔루션 등을 도입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에서 모바일 오피스를 핸드폰같은 소형 기기에서 구현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업무의 효율성이라는 미명 하에 OCX로 떡칠하고 웹을 통해 전용 터미널 그 이상을 구현해 버린 상황에, 과연 기업이 모바일 환경에서 뭘 얼마나 기대하겠는가? 걍 랩탑하고 무선 모뎀 쥐어 주고 말아버리지.
그러한 환경에 맞물리고, 자연히 당장 눈에 보이는 소비자 (consumer) 중심의 시장으로 이통회사는 방향을 틀어버렸다. 그게 심화되고 심화되니 벨소리, 컬러링, 모바일 게임 등에서 패킷 요금의 대다수가 발생하게 되는 괴상한 시장으로 변화해 버린 것이고. 즉, 소비자 시장에서 만큼은 우리나라 (모바일의 최고봉이라는 일본이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배워간 것도 많고) 만큼 발전한 시장이 없다. 이것 만큼은 진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거꾸로 말해서 아이폰이 추구하는 오거나이징 등의 모바일 오피스를 사용할 만한 비즈니스 시장은 제로나 마찬가지다. 이제사 블랙베리 들어오고, 아류의 블랙잭이 코딱쟁이 만큼 보급된 상황이다. 그리고 그마저도 제대로 쓸 환경이 안되서 다들 고민하는 상황이고.
애시당초 제로에서 출발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괴상하게 망가진 시장에 아이폰 당장 들고 들어와 봐야 애플도 그다지 재미 볼 것도 없고, 통신사도 시큰둥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KTF가 반전 카드로 아이폰을 도입한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디까지나 SKT 잡아먹기 용으로 들여오는 것이지 진짜 아이폰가지고 뭔가 큰 장사 하겠다는 생각으로 들여온다고 보이진 않는다.
요는, 국내 시장은 뒤쳐져 있지 않다. 단지, 괴상한 방향으로 발전해 있고 그 방향성을 바꾸기 이미 힘들 만큼 너무 뛰쳐 나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오랫만에 다시 블로깅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블로깅을 안 한 사이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회사도 잘리고, 일본 3개월 여행하고, 결국 체코도 다녀오고. 나름 많은 경험과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지라 뿌듯하네요.
그저 빚이 엄청나게 늘어서 문제지만 말입니다. 아, 언능 취직되야 할텐데. ㄷㄷㄷ